굳이 따지자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잘못일 수도 있겠다.
변한 마음을 탓할 수 없는 문제이다.
그러니 억지로 굳이 따져야 이러한 결론이 나게 된다.
탓할 수도 없고 딱히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닌데.
이름 석 자만 봐도 설레는데,
단지 ‘응’이라고 대답했을 뿐인 문자 메시지에 가슴이 두근거리는데
내가 받고 싶은 그의 마음과
그가 내게 주고 있는 마음이 비슷한 그것이 아니라는 것, 이 문제라면 문제였겠지.
지금이라면, 지금의 나라면 독한 술 한 모금 넘기며 잊자 하고 말테지만
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었던 그 때의 어린 나는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.
주변 사람들은 내 마음을 전부 알아주지 못 하는 것 같았고,
위로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,
이래서야 살겠나 하는 생각만 들고,
단 한 마디의 말인데, 그 사람의 대답이면 됐는데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.
그냥 돌연 내 삶에서 사라져버렸다.
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든 생각이지만
그렇게 끝난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.
그냥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.
그랬던 것뿐이다.
절실함이란 어느 한 쪽의 필요였을 뿐,
쉽게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 사람에겐 딱 그만큼 뿐이었던 거다.
울며불며 매달렸어도 끝이 좀 미뤄졌을 뿐,
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다. 오히려 지저분하고 추했겠지.
그냥, 그랬던 것 뿐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