강원도 안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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갓 짜낸 우유를 팔기 위해
우유가 가득 담긴 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던 소녀는 생각했지.
이 우유를 팔면, 달걀을 하나 살 수 있겠지.
알을 깨고 병아리가 나오면 닭이 되고
그 닭이 또 새끼를 치면 닭이 여러마리가 되고
닭을 모아 돼지 한 마리와 바꾸고
돼지가 새끼를 치면 그 돼지를 모아 송아지를 한 마리 사고
송아지가 커서 소가 되면 더 많은 우유를 만들 수 있고
다시 우유를 팔고 달걀을 사고...
돈이 많이 모이게 되면 내가 정말 갖고 싶은
예쁜 코트를 살 수 있겠지.
코트를 입고 빙그르르 돌던 소녀는
머리에 이고 있던 우유동이를 잡은 손을 놓는 바람에
그만 우유를 쏟아버리고 말았어.
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.
소녀는 슬픔에 빠졌지.
지금까지 한 상상 때문에
우유마저도 사라져버렸다고.
RTS를 처음 들고 나가던 날
괜한 욕심에 이것저것 필름에 담았다.
찍지 않아도 될 컷들.
찍고 싶었던 컷들.
전철을 갈아타려고
환승구를 걸어가다가
저 뒤에서 생각했다.
그냥 보기 좋다.
찍어보고 싶다.
그리고 찍었다.
현상한 걸 보고 나서 생각했다.
다시는 컨버터 안 쓴다 -_-
임진강역 근처에서 코스모스를 보았을 땐
성질도 참 급하다 생각했는데
사람 마음 간사하기가 이를데가 없다.
날도 덥고 지긋지긋한 비도 좀 그쳐가는 것 같고
어서 가을이 왔음 좋겠다 란 생각만 하게 되는 걸 보면.
남은 휴가를 다 보내고 나면 아마 그 마음이 더 간절해지겠지.
십여분만 지나면 다시 월요일이구나. 하아-
보면 볼 수록 아까운 컷.
필름 감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듯.
머리에 그리덧 컷이 딱 이 장면인데
저렇게 다중노출(?)이 되어버려서
안타까운 마음이
정말 서울역에 그지없다. -_ㅠ